| 울산매일UTV 김진영 뉴스룸 국장 |
| 김성엽 UNIST 교수(산업AI추진단장·민선 9기 인수위원) |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최헌식 기술연구소장 |
| 인터엑스 박정윤 대표 |
대한민국 최대 제조 클러스터 울산이 ‘피지컬 AI’와 ‘제조 AX(AI 전환)’를 통해 산업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격차와 데이터 표준화 부재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2026 울산포럼’ 인터세션 첫 번째 좌담회에서 ‘피지컬 AI 시대, 대한민국 제조업 AX의 방향’에 대해 논했다면 이제 그 무게추를 울산으로 옮겼다. ‘피지컬 AI 시대, 제조 AX가 울산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가’를 메인 주제로 학계·산업 현장·기술 공급 기업 전문가들을 모시고 울산 제조업 AX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짚어보았다.

제1부 울산 제조 AX는 왜 현장에서 멈추는가
Q. 현재 울산 제조업의 AI 전환(AX) 수준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김성엽 교수 : 전체 수준은 4점 정도로 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가 매우 큰 상황으로, 대기업은 AI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진행하며 6점 수준에 다다랐으나 중소기업은 1~2점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활용 가능한 데이터 구조화가 미흡하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헌식 소장 : 현장 체감 점수는 5점 수준이다. 자동차나 조선 같은 조립 가공 산업은 품질 검사와 로봇 활용 등 AI 적용 분야가 명확해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이나 비철금속 등 장치 공정 산업은 원료 및 공정 변수가 다양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박정윤 대표 : 2026년 기준 5점 수준으로, 5년 전 1점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특히 중소기업 대표들의 AI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9점 수준까지 크게 높아졌으며,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AI 공급기업의 역량도 5점 수준으로 성숙했다.

Q. 산업별로 완벽한 도입 단계(10점)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김 : 피지컬 AI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자동차 산업은 5년 이내에 10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장 중심 작업 비중이 높은 조선업 등은 피지컬 AI가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10년 이상, 길게는 2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Q. 울산 제조 대기업 AX 수준은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했는가?
최 : 업종별로 속도 차이가 존재한다. 조립·가공형 산업(자동차·조선)은 품질 검사 및 로봇 활용 분야가 명확해 일부 영역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반면 장치·공정형 산업(석유화학·비철금속)은 변수가 복잡해 데이터 축적과 현장 노하우 결합을 통한 반복 검증이 더 필요하다.
Q. 제조 현장에서 AI를 도입할 때 발생하는 주요 병목 현상은?
박 :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데이터 표준화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누구나 범용으로 쓰는 AI 솔루션처럼 제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제조 전문 GPT’나 공용 지식 기반(Public Knowledge)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최 : 대기업과 협력사 간 데이터 프로토콜이 다르고 중소기업의 기본 전산 인프라가 미흡하다. 또한 핵심 공정 보안 문제와 더불어 제조 공정과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현장 맞춤형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김 : 데이터는 기업에, 기술은 대학과 선도기업에 존재하지만 정작 적용이 필요한 중소기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데이터의 구조화와 산학 간 거버넌스 부재가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Q. 공급망 전체의 AX 확산을 위해 울산 대기업이 실행할 가장 현실적인 역할은?
최 : 현장 문제를 AI 과제로 발굴해 실증과 확산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원료 측정과 AI 분석을 결합해 최적 배합비 산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성과 확산을 위해서는 공통 데이터 표준과 보안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지역 중기에 실증 기회를 제공하고 검증된 기술을 공유해 대기업 단독 활용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Q. 중소기업 및 협력사로 AX를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공공 정책은?
김 : 영업 비밀이 없는 데이터를 공유하는 ‘제조 안심 데이터 구역’을 지정하고 공용 GPU 인프라를 지원하는 ‘공용 실행 플랫폼’ 조성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지자체 주도로 기술·데이터·인력을 통섭하는 ‘울산 산업 AX 넥서스’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박 :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과 유사한 가상·실제 라인 등 실증 인프라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제2부 울산은 제조 AX 선도도시가 될 수 있는가
Q. 미포 AX 실증산단과 온산산단의 제조 AI 역량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려면 어떤 거버넌스와 협력 구조가 필요한가?
김 : 미포의 실증 인프라와 온산의 공정 노하우를 결합하는 실행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지자체·대학·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PMO(프로젝트 관리 조직) 구축, 데이터·보안·실증 기준 통일, 산단 공통 과제의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3대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핵심은 데이터와 과제, 실증을 연결하는 운영체계다.
최 : 정부(총괄), 대학(검증·인력), 대기업(실증 공간), AI 기업(기술)의 명확한 역할 분담 체계가 중요하다. 데이터 표준과 보안 기준을 바탕으로 기술 검증이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Q. 울산형 통합 생태계에서 AI 공급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용 인프라는?
박 : 양산 라인 정지 없이 AI 모델을 검증할 산단 내 ‘오픈 AX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 가장 절실하다. 제조 특화 AI는 실제 장비 연동이 필수적이므로, 가상·모사 환경에서 실효성을 검증하고 레퍼런스를 쌓아야 한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감당할 ‘울산 특화 공용 GPU 클러스터’ 역시 핵심 인프라다.
Q. 울산이 대한민국 제조 AX 테스트베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메가샌드박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제도나 규제는?
김 : 제조 데이터 활용과 현장 실증에 대한 규제 및 제도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와 실증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조 데이터 안심구역’과 ‘산업 AX 실증특구’ 조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 안에서 안전하게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규제 실험장’을 만들어야 한다.
최 : 데이터 보안 기준과 로봇·드론 운용을 위한 산업안전, 영상보호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단일 창구로 일원화해야 한다. 데이터 접근 권한과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정립해야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다. 메가샌드박스의 핵심은 단순 규제 완화가 아닌,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실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박 : 글로벌 수준의 공급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세제 혜택과 박사급 전문 인력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본사 및 연구시설 건축을 위한 파격적인 용지 공급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규제 방식은 안전사고 등 필수 사항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Q. 피지컬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한 시각은?
김 : 제조업에서는 AI 도입으로 오히려 고용이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므로 현장 재직자 대상의 직무 전환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다.
최 : AX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기술이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AI와 로봇이 맡고 작업자는 공정 최적화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베테랑의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화할 수 있다.
박 : 산업 전체의 규모를 키우면 AI를 접목하더라도 전체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AI 적용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고부가가치 직무가 새로 늘어나게 된다.
Q. 울산이 청년들이 모여드는 ‘제조 AX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은?
박 : 핵심은 제조업, 특히 중소제조업에 대한 인식 대전환이다. 제조 AX를 통해 전통 공장을 고소득과 쾌적한 환경이 보장되는 첨단 테크 기업으로 바꾸어야 청년들이 모여든다. 피지컬 AI가 현장에 안착한다면 울산은 굴뚝 도시를 벗어나 세계적인 ‘AX 첨단 제조 밸리’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 : AX 전문교육을 받은 청년이 현장 프로젝트 실증을 거쳐 채용·창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와 연구·실증단지 조성이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제조 현장을 안전하고 지능적으로 바꿀 혁신 카드이며, 목표는 사람 없는 공장이 아니라 숙련자의 경험과 청년의 디지털 역량이 결합된 지능형 공장이다.
김 : 피지컬 AI는 고되고 위험한 현장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바꾸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혁신 카드가 맞다. 다만 기술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도전할 연구·실증·창업 공간과 정주 여건(교통·문화)이 어우러진 일명 ‘산업 AX Nexus’ 생태계 조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좌담회는 원론적인 현상을 짚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조 데이터와 협력사 확산, 지역 생태계 연결 등 울산 제조업이 직면한 실질적 과제를 검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앞서 논의된 규제 혁신 모델인 ‘메가샌드박스’를 바탕으로 울산 제조현장에서 이미 추진 중인 다양한 AX 사업들과의 연결 가능성을 다각도로 확인했다. 나아가 이번 토론에서 도출된 핵심 시사점들은 오는 9월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2026)’와 연계해 개최될 ‘2026 울산포럼’에서 구체적인 실행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울산이 글로벌 제조 AX 생태계를 선도하는 혁신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정리= 조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