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강력한 관광 브랜드를 품었다. 지난해 울산 암각화박물관 외국인 관람객 수는 1,051명으로 전년도인 2024년 651명보다 61%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도 울산 관광의 고질적인 문제로 얘기되는 것이 ‘머물지 않는 관광’이라는 점이다.
#울산, 숙박·음식·로컬 경험 엮어 차별화
부산에서 울산으로 넘어온 외국인이 반구천의 암각화를 둘러보고 다시 부산이나 경주로 돌아간다면 세계유산 등재가 가져온 관광 효과는 그저 ‘방문’에 머문다. 울산에서 밥을 먹고, 거리를 걷고, 저녁을 보내고, 잠까지 자게 만드는 것은 세계유산의 브랜드 파워만이 아닌, 그 앞뒤에 무엇을 연결해 놓았느냐에 달렸다.
앞서 상편(8월 5일 1면 보도)에서 살펴봤듯 울산을 찾는 외국인 발길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울산까지 온 관광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최근 여행 흐름에서는 이 질문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6 관광트렌드’는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공사는 외국인이 드라마 촬영지나 공연장을 구경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처럼 먹고, 입고, 즐기며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는 ‘K-Life Tourism(케이-라이프 투어리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음식과 노포, 생활 문화처럼 지역의 일상적인 요소에서 고유한 감성을 발견하는 ‘Local Re-creation(로컬 리크리에이션)’도 핵심 흐름으로 꼽았다.
유명한 곳 하나를 보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여행보다 어느 동네에서 무엇을 먹고, 어디를 걷고, 저녁에는 무엇을 보았는지를 기억하는 여행이다. 이른바 한 도시의 ‘하루’를 경험하는 여행이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울산에는 의외로 많은 재료가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에는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인류 문명의 흔적이 있고, 태화강국가정원과 영남알프스에는 산업도시라는 울산의 이미지와 다른 자연이 있다. 장생포에는 고래와 근대 산업의 기억이 있고, 동구에는 대왕암공원과 조선소가 한 풍경 안에 놓여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현장은 다른 관광도시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자원이기도 하다.
이들을 연결해 울산에서만 가능한 하루를 기획한다면 더 이상 스쳐가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에서 인류의 오래된 흔적을 만나고, 태화강과 영남알프스에서는 생태도시를 경험하고, 거대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현장에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모습을 본 뒤 저녁에는 산업단지와 해안의 야경을 즐기는 식이다.
#김상욱 시장, ‘순환형 노선버스’ 전환 검토
여기에 울산의 언양불고기 등의 지역 음식과 전통시장, 골목상권과 카페 같은 ‘로컬 감성’을 끼워 넣으면 관광객의 이동 자체가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울산의 대표 관광 콘텐츠들이 서로 다른 권역에 흩어져 있어, 승용차 없이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겐 하루에 둘러보기 쉽지 않은 구조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밝힌 시티투어 버스 개편 구상도 이 같은 관광지 연결 문제와 맞닿아 있다.
김 시장은 기존처럼 정해진 관광지를 순서대로 둘러보는 단순 시티투어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순환형 노선버스’ 체계를 구축해 관광객이 원하는 관광지에서 내려 충분히 둘러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티투어 개편이 이뤄지면 울산 관광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온 관광지 간 연결성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반구천을 보기 위해 울산에 들어온 사람이 태화강을 걷고, 울산의 음식을 먹고, 산업도시의 저녁 풍경을 보며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아침 울산에서 눈을 뜨게 하는 것. 세계유산 하나를 가진 도시에서, 세계유산과 함께 머물고 싶은 도시로 가는 길은 결국 그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