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 동강병원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 동강병원 제공
김홍주 동강병원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 동강병원 제공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리고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흔히 ‘부정맥’이라고 통칭해서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혈전이 생겨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맥박을 정상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위쪽에서 생기는 부정맥으로, 심장의 위쪽 방인 심방이 정상적인 규칙성을 잃고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상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숨참,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의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심방세동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치료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환자의 나이, 고혈압·당뇨병·심부전·혈관질환 등의 동반질환, 심방세동의 지속 기간과 형태, 증상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김홍주 동강병원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와 심방세동에 대해 살펴봤다.

#지휘자를 잃은 심장, 폭주하는 전기신호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이자 정교한 전기 시스템이다. 우심방에 위치한 ‘동방결절’이 규칙적인 전기 신호를 보내면 심장 근육은 그 리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수축하며 혈액을 전신으로 뿜어낸다. 이것이 건강한 심장의 리듬인 동율동(sinus rhythm)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 비만, 음주, 수면무호흡 등으로 좌심방에 노화와 변성이 생기면 지휘자가 아닌 엉뚱한 곳에서 불필요한 전기 신호가 끼어들기 시작한다. 주로 폐정맥에서 ‘제멋대로’ 신호가 발생하며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불협화음이 단순한 ‘불편한 증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치료해야 하는가? 뇌졸중·심부전·질환 진행

심방세동을 방치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떨기만 하면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 이른바 피떡이 생기기 쉽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불규칙한 박동이 지속되는 것도 문제다. 심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숨이 차거나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삶의 질도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질환 자체가 점차 진행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심방세동은 처음에는 가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발작성으로 시작하지만 치료가 늦어질수록 더 자주, 더 오래 발생하고 결국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굳어질 수 있다.

#치료의 두 축—혈전 예방과 ‘리듬 조절’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혈전 생성을 막는 항응고 치료와 비정상 전기 신호가 심장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는 리듬 조절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인 항부정맥제를 사용해 정상적인 리듬을 유지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약물은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심방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약물만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근본 치료의 원리—‘격리(Isolation)’로 길을 끊는다

그래서 등장한 치료가 전극도자 절제술, 즉 카테터 절제술이다. 핵심 원리는 격리(Isolation)다.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불필요한 전기 신호의 상당수는 폐정맥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폐정맥 입구 주변에 ‘방화벽’을 치듯 띠 모양의 병변을 만들어 나쁜 전기가 심장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길을 끊어버리는 폐정맥 격리술(PVI)이 시술의 핵심이다.

과거처럼 가슴을 여는 수술이 아니라 다리 혈관을 통해 카테터, 즉 가는 관을 넣어 심장 안에서 정밀하게 시행한다.

#시술의 진화—고주파·냉각풍선·펄스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극도자 절제술에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방법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RF)과 냉각풍선 절제술(Cryoballoon), 최근 도입되고 있는 펄스장 절제술(PFA)이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은 카테터 끝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목표 부위를 점처럼 하나씩 절제하면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부위를 정교하게 디자인해 치료할 수 있어 복잡한 구조에서 유리하다. 시술자의 숙련도가 중요하고 비교적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냉각풍선 절제술은 풍선 카테터를 폐정맥 입구에 밀착시킨 뒤 극저온으로 얼려 면(面) 단위로 격리하는 방식이다. 시술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시술 시간이 짧은 편이다.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가 적합한 경우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최근에는 열이나 냉기를 사용하지 않는 펄스장 절제술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펄스장 절제술은 짧은 전기 펄스를 이용해 심근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이다. 비열(非熱) 방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변 구조물에 대한 열손상 우려를 줄일 수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시술 시간을 단축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중요한 심방세동 치료 옵션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인지’와 ‘접근성’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심방세동은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며 넘기기 쉬운 질환이다. 하지만 국내 조사에서도 심방세동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두근거림이 있어도 병원을 찾는 비율이 낮게 보고된 바 있다.

또 국내 건강보험 자료 기반 분석에서는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그 해 카테터 절제술을 받는 비율이 1% 미만으로 보고되며 지역별 격차도 관찰된다. 진단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구조다.

이런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치료받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빨리 평가받느냐”다.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울산 지역에서 냉각풍선 절제술을 조기에 도입해 시행해 왔고, 최근에는 울산 지역 종합병원 최초로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하며 최신 치료의 지역 접근성을 넓혀가고 있다.

#심장의 평화를 위한 골든타임

심방세동은 진행성 질환이다. 방치하면 심방이 더 늘어나고 굳어져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두근거림, 숨참, 어지럼, 맥박의 불규칙함이 반복된다면 “그럴 수도”가 아니라 “검사해 볼 이유”다.

항응고 치료로 뇌졸중 위험을 낮추고 필요한 경우 약물과 시술을 통해 리듬을 되찾는 것이 현대 심방세동 치료의 핵심이다. 조기에 진단하고 부정맥 전문의와 함께 치료 전략을 세운다면 심장은 다시 규칙적인 박자로 돌아갈 수 있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

심방세동은 약이나 시술만으로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다. 비만, 고혈압, 수면무호흡, 음주, 운동 부족 등 심방세동의 발생과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특히 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혈압 조절, 수면무호흡증의 평가와 치료,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건강한 식습관 역시 심혈관질환 전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심방세동 치료의 핵심은 ‘어떤 약을 먹느냐’ 또는 ‘절제술을 받을 것이냐’라는 한 가지 선택에만 있지 않다. 뇌졸중 위험을 평가하고 심박수와 심장 리듬을 적절히 관리하며 심방세동을 악화시키는 위험요인을 줄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있다면 스마트워치의 기록만으로 진단하거나, 반대로 기록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심전도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심방세동은 한번 발견했다고 해서 치료가 끝나는 질환도, 무조건 평생 약만 먹어야 하는 질환도 아니다. 환자의 위험도와 증상, 심장 상태에 맞춰 치료 전략을 세우고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심방세동 치료에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맥박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보다 뇌졸중을 예방하고 심장의 기능을 지키면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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