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낮에는 여전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실내에서는 냉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 동안 기온 변화가 큰 시기다. 거기에 건조한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특히 가을과 겨울철에는 감기나 독감이 유행할 수 있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하게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독감은 감기가 심해져서 오는 병이라는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기와 독감은 서로 다른 별개의 질병이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다르며 서서히 진행되는 감기와 달리 독감은 갑작스럽게 고열이 나며 전신증상이 나타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큰 문제없이 회복하지만, 어린이나 고령자,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에서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경현 동천동강병원 내과 전문의와 독감에 대해 살펴본다.
#감기와 독감은 다른 질환…갑작스러운 고열·전신증상 특징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포함된 호흡기 분비물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서 감염될 수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전파가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낮아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독감에 걸리면 갑자기 열이 오르고 오한이나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침과 인후통,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열과 함께 온몸이 쑤시는 듯한 심한 몸살이 동반된다면 독감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경우 발열과 함께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고령자에서는 전형적인 고열이나 몸살보다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다.
감기와 독감은 증상이 비슷해 스스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콧물이나 재채기, 목의 불편감과 같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독감은 갑작스러운 발열과 전신 증상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만으로 독감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독감이 의심될 경우 진료를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인플루엔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 초기에 사용할수록 효과…고위험군 각별히 주의
독감에 걸렸다면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열이 나면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이나 따뜻한 음료 등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몸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감 치료에서는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증상의 기간이나 정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고열과 심한 몸살, 기침 등이 나타났다면 며칠 동안 무조건 참기보다는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 고령자, 임신부,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
독감은 대부분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감염 이후 폐렴 등으로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독감처럼 보였더라도 고열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고 호흡이 힘들어지는 경우, 흉통이나 심한 어지럼증,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 역시 호흡이 빨라지거나 힘들어하고, 물이나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거나 심하게 처지는 경우에는 진료가 필요하다.
#예방접종 가장 효과적…매년 유행 대비해 접종해야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해마다 유행하는 유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유행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해서 독감에 절대로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감염 위험을 낮추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독감에 걸렸을 때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 일정을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예방접종과 함께 평소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출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기보다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것이 좋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여 주변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손 씻기·기침 예절 생활화…실내 환기도 중요
실내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창문을 계속 닫아두기보다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행해 실내 공기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건조한 환경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피로가 지속되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평소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은 매년 유행하는 익숙한 질환이지만 결코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환절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건강관리에 소홀해지기 쉽다. 아직 한낮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시기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예방은 유행이 시작된 이후가 아니라 그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가을에는 자신의 예방접종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손 씻기와 기침 예절 등 기본적인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고열과 심한 몸살,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고 무조건 참고 지내기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증상이 가볍더라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은 아프고 난 뒤 회복하는 것보다 아프기 전에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부터 독감 예방을 준비한다면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을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작은 생활습관과 적절한 예방접종이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