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 예술심화의 도구
수건, 살풀이 활용과 같은 뜻

한국 창작무용 가운데 지전춤이 있다. 지전이라는 소품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추는 춤이다. 지전은 한지를 잘게 찢어서 한데 묶어 늘어뜨린 것으로 총채와 먼지털이개를 확대시킨 모양과 비슷하다. 현행 지전은 한지를 한쪽만 늘어뜨린 것과 양쪽에 똑같이 늘어뜨린 것 두 종류로 나타난다. 경기도 화성 재인청 출신 이동안(李東安, 1906~1995)은 오래전부터 ‘신칼대신무’에서 양쪽에 늘어뜨린 지전을 사용했다.
지전은 한자어인데 지전(紙錢)으로 표기한다. 왜 지전을 양손에 쥐고 춤을 추는가? 가끔씩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지전춤을 궁금해 알고자 하는 이가 있어 접근해본다. 지전의 어원적 해석은 무용에서 소품과 의식에서 제구(祭具)와 재구(齋具) 등 두 가지로 접근된다. 무용의 소품적 성격은 예술성을 심화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의식에서 제구와 재구적 성격은 ‘망자의 신체인 넋전’과 ‘종이로 만든 돈’으로 관념화된다.
먼저 무용인이 사용하는 소품의 지전은 지전이라는 무용도구를 사용했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무용인인 살풀이춤에서 긴 수건을 소품으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에 굿과 재에 사용되는 지전은 ‘망자의 신체적(身體的)인 넋전’,  ‘망자의 노자적(路資的) 종이 돈’ 등 무용의 소품과 차별성을 갖는 각각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망자의 신체인 넋전’의 사례이다. 제사 혹은 굿을 할 때 한지로 사람모양을 오려서 제사상 혹은 굿상을 둘러친 병풍 혹은 상위에 마련된 전대(錢臺)에 붙여 좌정시키는 것,
현행 우리나라 불교의 49일 재의식 관욕(灌浴)에서 관욕 실에 거는 체전(體錢)이라는 것, 불교 재의식에서 목욕을 마친 전을 시식 단에 좌정시키는 괘전게와 재의식의 회향에서 괘전을 태워버리는 소전진언(燒錢眞言)이라는 형식에 사용되는 것, 함흥지방의 무속에서 영돈말이를 ‘돈전풀이’라고 말하는 것 등으로 죽은 사람의 신체로 관념되는 넋전이다. 넋전은 혼백(魂帛), 지방(紙榜), 신주(神主), 위패(位牌), 영정(影幀), 사진(寫眞) 등으로 나타나는 망자의 고전적 인체를 상징한다.
〈조선왕조실록〉세종 7년(1425)에는 “충청도 은진현(恩津縣)에 사는 이사경(李思敬)의 딸 이덕(李德)이라는 여자는 선군(船軍) 문성기(文成奇)의 아내인데, 기해년에 성기가 비인포(庇仁浦)에서 수자리에 있을 때 마침 왜적이 침입하여 도둑질을 하므로, 성기가 더불어 싸우다가 패하여 죽었다. 이덕이 그 소문을 듣고 즉시 그 곳으로 가서 수일 동안 울고 부르짖으면서 시체를 찾다가 찾지 못하고, 지전(紙錢)으로 혼을 불러서 집으로 돌아와 위패를 만들어 대청에 배설하고 조석으로 전을 드리고 곡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라는 기록에서 넋전이라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다음은 ‘종이 돈’으로서의 용례이다. 종이돈은 무교의 굿, 불교의 재의식에서 쉽게 관찰된다. 굿과 재 의식에서는 항상 황색의 금전과 은색의 은전을 차림상 좌우에 건다. 이때의 종이돈은 망자가 저승으로 가면서 사용할 노잣돈으로 상징된다. 유교에서 죽은 사람의 입속에 쌀, 돈, 옥구슬 등을 머금게 하는 반함(飯含)과 유사하다.
〈삼국유사〉의 “월명은 또 일찍이 죽은 누이동생을 위하여 재를 올리고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더니, 문득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지전(紙錢)이 날려 서쪽 방향으로 사랴졌다.”, “바람이 종이돈을 날려 저승 가는 누이의 노자를 삼게 하였고,”라는 내용과〈조선왕조실록〉세종 5년(1423)의 “양(羊)·시(豕)·계(鷄)·아(鵝)가 각각 두 마리이고, 주면·화과(花果)·의장(儀仗)·백폐(帛幣)·지전(紙錢) 등의 물건이 대단히 많았다.”, 세종 13년(1431)에는 “창성(昌盛)은 불공에 쓸 지전(紙錢)으로 황색·백색 각 5백 장과 녹피(鹿皮) 2장(張)을 청구하고…….”, 세종 13년(1431) “장정안은 산신제(山神祭)에 쓸 지전(紙錢) 3백 장을 요구하니, 모두 주라고 명하였다.”라는 등의 기록은 종이돈인 지전을 의미한다.
지전이 등장하는 강신무의 굿과 불교의 재 의식에서는 지전 춤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용인에 의한 예술적 표현으로서 지전 춤은 ‘망자의 신체적 넋전’, ‘망자의 노자적 종이 돈’과는 상관이 없다.
다만 보다 예술적 표현을 심화시키기 위한 소품으로 활용할 뿐이다. 지전 춤에 사용되는 백색의 의상, 시나위장단의 음악이 주는 시각과 청각에서 망자의 추억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지언정 의식으로서의 의미는 없다. 의식에서 망자의 신체적 지전과 공연에서 예술적 지전 춤의 차별성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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