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어제 열린 ‘공공보건의료 원외 대표협의체 회의’에서 172억여원을 투입해 소아응급, 외상, 응급출혈 등 필수·응급의료의 진료역량을 보강하고 병원 간 연계망을 구축하겠다는 ‘지역주도 의료공백 해소 지원사업안’을 내놓았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환자 미수용의 주요 원인이던 응급 위장관 출혈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배후진료 연계망과 전공의 당직 지원까지 포함한 것은 고질적인 의료 공백 지점을 짚어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잘 다듬어진 청사진이라도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지 못하면 종이 위의 계획에 불과하다. 울산 필수의료 붕괴의 본질은 예산이나 시설의 부족 이전에 ‘사람’과 ‘시스템의 단절’에 있다. 지난해 울산에서 연간 1,700건이 넘는 지혈술이 이뤄졌음에도 응급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는 고작 19명에 그쳤다는 사실은, 남은 의료진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과로와 번아웃 위에서 버티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턱없이 낮은 보상과 누적된 야간 당직, 상시적인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다면 책정된 예산은 현장 의료진의 유입과 유지로 이어지기 어렵다.
의료기관 간 ‘환자 떠넘기기’를 막을 실질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가동하는 일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인 울산대학교병원에만 응급 환자가 과도하게 쏠리는 구조를 깨지 못하면 필수 진료망은 금세 마비된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인 동강병원·울산병원 등과 역할을 유기적으로 분담하고, 119구급대와 전문 진료과 의료진이 막힘없이 소통하며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촘촘한 프로토콜이 실시간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관 간 이해관계나 행정적 장벽에 부딪혀 협력망이 겉돌지 않도록 강한 리더십과 세밀한 조율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이번 계획은 2027년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을 앞둔 마중물 성격을 지닌다. 국·시비 예산 확보 절차를 빈틈없이 마무리 짓는 것은 기본이고, 책정된 재원이 보여주기식 하드웨어 구축에 소모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시민이 한밤중 응급실 문을 두드릴 때 ‘내 아이와 가족을 지역 내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공한 필수의료 정책이다. 위급 환자가 갈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비극이 울산에서는 더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