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정원박람회(BUGA)와 국제정원박람회(IGA)를 총괄·조정하는 DBG의 아힘 슐뢰머 대표가 본지에 설명한 개최지 선정 기준이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도 공간의 쓰임과 관리할 사람, 운영재원을 준비 단계부터 정해야 한다.
본지가 국내외 현장을 살펴본 10편의 연재도 이 질문으로 이어진다. 개막 준비와 함께 2029년의 운영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울산이 남길 공간의 쓰임부터
최덕림 전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은 울산을 향해 “순천의 방식을 복제하지 말고, 버려진 땅을 생태 자원화한 울산 고유의 브랜드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천이 갯벌을 지키는 완충공간을 조성했다면, 울산은 태화강 복원과 매립지 재생 경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천은 두 차례 박람회로 상설 정원과 도시 브랜드를 키웠고, 서울·경기는 개최지를 옮기며 시민·기업 참여 정원을 늘렸다. 국립정원문화원의 코리아가든쇼도 여러 지역에 작품정원을 남겼다. 이후 관리 책임과 수준은 공통 과제다.
만하임은 루이젠파크의 식재·시설을 개선하고, 옛 군사부지 슈피넬리는 넓은 녹지로 바꿨다. 울산도 작가정원과 시민 휴식공간, 생태·완충 구역을 구분해 인력과 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
윤영찬 조직위 사무총장은 여천배수장 일원의 악취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2027년 2월까지 준설과 관로 공사 등을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뒤 여름철과 강우 전후의 악취·수질 변화, 매립지의 지반·가스·침출수 관리 조건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슈투트가르트는 1961·1977년 BUGA를 거쳐 1993년 IGA에서 단절된 공원을 연결하는 ‘그린 U’를 완성했다. 교량과 보행로가 녹지를 이어 시민이 걸어서 통과할 수 있게 했다. 울산에 적용할 핵심은 두 행사장과 생활권의 연결이다.
순환노선과 두 행사장 직결노선을 비교하고 도로 혼잡과 공연 전후 집중 수요를 반영하면 필요한 차량·인력·예산을 산출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용 조건도 시험운행에서 확인할 대상이다. 폐막 뒤에는 태화강역과 주거지, 두 정원을 잇는 대중교통·보행·자전거 접근성이 남아야 한다.
권태호 울산시의회 문화복지환경위원장은 “무료 구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입장권 없이도 산책과 통행을 이어가고, 무료 동선이 끊기거나 지나치게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다. 유료구역과 출입구를 정할 때 적용할 기준이다.
#전문가가 기준 잡고 시민이 활동하는 정원
루이젠파크에서 숙근초 화단을 설명하던 만하임 도시공원 운영법인의 미하엘 볼프강 슈넬바흐 대표는 “전문 자격을 갖춘 정원사만 이 구역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식재에도 식물을 구별하고 생육을 판단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남수환 국립정원문화원 정원문화실장은 서면 답변에서 전문인력이 품질·안전·교육 기준을 세우고 시민이 일상적인 가꾸기와 관찰에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제안했다. 운영 담당자가 설계·시공 단계부터 참여하고, 교육을 마친 시민정원사에게 일정 구역을 배정하는 ‘활동정원’을 운영하자는 의견도 냈다.
울산도 전문인력의 고용 경로와 시민의 활동 공간·지원예산을 마련하고 활동 지속성을 살필 일이다.
K-컬처 정원은 새로운 관람층을 유도할 구상이지만, 간담회에서는 활용할 아티스트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름·이미지 사용 기간과 비용, 계약 종료 뒤 활용을 협의하고, 집객을 식물 해설·가꾸기 체험·재방문으로 연결할 장치가 필요하다. 상징물과 단기 행사 때문에 관리·교육·시민 활동이 밀려난다면 정원도시 정착에는 부담이 된다.
#2027년 구체화 약속, 설계·발주와 연결해야
윤영찬 사무총장은 “2027년까지 사후관리 주체와 운영비 부담 구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유지관리 비용도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국가정원 관리비와 새 공간 때문에 늘어나는 비용을 나눠 사후활용계획에 담겠다는 설명이다.
정원과 시민 이용시설은 가능한 한 존치하고, 한시적 시설은 활용성과 유지관리비를 따져 철거하거나 용도를 바꿀 방침이다. 기업정원은 기부 절차를 거쳐 조직위가 인수할 계획이다.
관리 수준과 인력이 정해져야 유지할 수 있는 식재·시설을 설계할 수 있다. 청산 이후 공간과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인수할 기관도 정해야 한다.
권태호 위원장은 운영기관과 인력, 시설 이관방식을 결정하기 전에 종합운영안과 첫 5년간 수지계획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연도별 인건비와 정원·시설 관리비, 예상 수입과 시비 부담에 철거·이관 비용, 주요 보수비까지 포함하자는 요구다.
2029~2033년 수지에는 수입 감소와 관리비 증가 때의 조정 방안도 필요하다. 행사 수입과 폐막 뒤 반복 수입을 구분하고, 재정 투입은 시민 이용·교육·환경 개선 등 제공하는 서비스와 함께 평가할 사안이다.
목조건축물의 자재 수급과 공기 문제도 설계·조달·공정 변경이 동선과 예산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할 이유다.
#교육에서 출발해 산업·운영 경험으로
네덜란드 월드호티센터(WHC)의 퍽 반 홀스테인 CEO는 울산에 “첫 단계에서는 체험센터에 집중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어린이와 시민이 찾아와 원예와 기술을 배우는 공간부터 운영하자는 것이다.
조직위는 10월 15일 AX 정원 시험장과 매립장 리빙랩, 시민정원사학교 등을 발표했다. 탄소플러스 복합공간은 폐막 뒤 상설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사전 답변 당시 참여할 학교·기업·기관의 구체적인 역할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울산의 경험을 다음 개최도시의 기준으로
남수환 실장은 박람회를 준비하고 운영한 경험을 다음 개최도시가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하자고 제안했다. 조성비와 관리비뿐 아니라 시행착오까지 정리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개최지를 선정할 때도 박람회가 그 도시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____PHOTO____c1d6856a782e4e30824ba4fd56e56a16____##} 전국 순회형 K-BUGA가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경험을 모아 다음 도시에 전달하고, 준비 상황과 사후 운영을 점검할 체계가 필요하다. 코리아가든쇼의 공모·지역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등이 공통 기준과 교육·평가를 지원하고, 개최도시는 공간 조성과 폐막 이후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을 검토할 수 있다.
{##____PHOTO____b0922d15c0a7400a8435b890d31c95f6____##} 조직위가 밝힌 2027년 사후관리 구체화 계획도 시설별 설계와 예산에 제때 반영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태화강 복원에서 삼산·여천 재생으로 이어지는 울산의 경험도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정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축적된다. 그 과정의 비용과 성과, 시행착오를 남기는 것이 다음 개최도시에 전할 울산의 실질적인 기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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