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부의 보고를 듣고 정황에 대해 질문하던 그때, 사병 하나가 급히 들어와 시신을 찾았다고 알렸다. 형방에게 진부와 포졸들을 데리고 현장으로 가 시신을 확인하고 관아로 수습해 오라 명했다. 익사체인 데다 날씨가 따뜻하니 절차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이미 사공이 여인의 죽음을 살인사건으로 고발하였으므로 관아가 담당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 되었다. 부임 1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지만, 살인사건은 처음이다. 사공의 말대로 살인사건이 분명한 것은 물에 빠진 여인을 구원할 생각을 하지 않고 남자가 달아났다는 사실에 있다. 여인이 자살하기 위해 배를 탄 것이라면 자살하는 이가 목격자를 대동했다는 뜻이 되는데, 설사 여인이 자살하기 위해 스스로 물에 빠졌기로서니 이것을 방조하고 자리를 떴다면 이 또한 살인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내용으로 보아 남자는 살해를 준비한 듯하고 달아날 방안도 미리 정해놓았을 것이다. 남쪽 강가에 빨래하러 나왔던 아낙 두 명이 남자를 보았는데 역시나 쫓기듯이 얼굴을 감추며 달아났다 했다. 지체할수록 검거하기가 어려워진다. 병영성 부수성관에게 수병들로 하여금 동천 하구부터 삼산지역 하단에 이르기까지 수상한 자가 있으면 즉시 검거하도록 협조서한을 보냈다.
배에 남겨졌다던 물건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어느 집에나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물건들이었다. 포개진 베에는 특별한 표식도 없었고 가체 역시 흔히 보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보자기 속 돈 30문은 그저 밥 몇 끼 사 먹을 정도에 불과한 양이다. 베와 가체를 팔아 돈으로 바꾼다 해도 큰돈이 될 수 없다. 당장은 특별히 죽음과 연관 지을 것이 없다. 다만 해진 버선 한 켤레는 그 중 눈길을 끈다. 버선을 벗고 물에 빠졌다는 뜻인가? 죽임을 당하는 여인이 물에 빠질 것을 알고 벗어놓았단 말인가?
"이방은 지금 즉시 병사들에게 강 하구로 내려가 혹시 떠내려오는 물건들이 없는지 살피고 그게 무엇이건 건져내어 관아로 가져오게 하게. 강 하구 나루터 진부들은 병사들에게 배를 내어주고 또한 함께 찾아보라 하는 것도 잊지 말게. 오늘과 내일 한나절 동안이 중요하니 서둘러주시게. 내일까지도 발견되지 않으면 진부가 가져온 것 외에는 없었거나, 있었다면 강 어디엔가 걸려 있던지, 혹은 이미 바다로 떠내려간 것이니 그동안만 수색하도록 하게."
이방은 꼭 그런 수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눈치였다. 진부가 사건을 목격하고 배를 확인하였으며 그 속에 남겨진 물건을 모두 거두어 가져왔는데 뭘 더 찾는다는 말인지, '원래 없었을 수도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니….' 대략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루터로 내려간 형방이 북쪽 언덕으로 옮겨진 시신을 확인했다. 배가 불룩한 것이 한눈에도 익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춰 보이며 혹시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몇몇 사람이 무서움에 차마 시체를 바로 보지 못하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실눈으로 보고 지나갔다. 정확히 누구인지 아는 이는 없고 다만 태화나루 근방의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시신은 가마니에 덮여 동헌 남쪽 군기청과 옥사獄舍 사이 밝은 터로 옮겨왔다.
나는 즉시 서리와 의원, 그리고 시신을 직접 다룰 오작인을 대동하고 형방과 함께 검시를 진행했다. 젊은 여인의 얼굴이 하얗게 부풀어 있었다. 신발은 당연히 없었고 게다가 맨발이었다. 버선을 신고 있었다고 해도 물속에서 허우적대다 잃어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정녕 물에 빠지기 전에 버선을 벗어놓기라도 했던 것일까? 여인은 눈을 뜨고 있었다. 그 눈은 이승에서 마지막에 본 것을 잊지 않으려는 듯 벌어진 입과 함께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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