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곳에서 만난 두 가문 당사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견조이는 두 곳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모두가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죽음을 위로하거나 아쉬움을 느끼게 되면 어떤 책임을 떠안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확실히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는 상태였고 그런 와중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견성민이 주장하는 것처럼 견조이가 자살하였다 해서 놀랄 사람은 이 두 집안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임택에게 견조이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사건임을 알리고 추가적인 조사가 있으니, 자리를 뜨지 말라 경고했다. 곽임택도 처남이 포박당한 일과 처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했다. 나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모두 견조이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옥사 옆으로 모이도록 했다. 미시未時가 막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망자가 죽어 마땅하다고 여겨지던 사람이었다고 해도 혈육의 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먼저 망자의 어머니가 딸의 얼굴을 보고 오열하다가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가족들이 겨우 부축하여 진정시켰다. 사건에 관련된 시신이었기 때문에 포졸들이 접근을 금하고 다만 얼굴만 확인시켰다. 시신을 앞에 두고 그 뒤로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견성민만이 시신 옆에 무릎이 꿇린 채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 숨 쉬던 동생과 대면하고 있었다. 시신을 외면하며 말했다.
"그러기에 내가 뭐라고 했느냐, 조신하게 살라 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한탄하는 견성민은, 그것이 거짓이건 혹은 자연스러운 발로이건 이 순간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반면에 죽은 딸과 포승줄에 묶여 있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는 슬픔으로 몸을 떨면서도 온전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깨어난 부인이 넋을 잃고 땅바닥에 앉아 가족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그만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것은 딸이 죽은 것 자체는 슬픈 일이지만 드러내놓고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죽은 딸은 죽은 딸이고 산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동행한 가족들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은 점차 사람들을 질서정연한 하나의 공동체가 되도록 유도해갔다. 나는 어느 순간 그가 사람들을 처음 관아로 무리 지어 오던 때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통제되고 무리 지은 사람들 맨 앞에 서 있는 죽은 여인의 아버지는 이제 슬퍼할 일은 끝났으며 시신에 대한 연민도 함께 끝났다는 얼굴로 아들과 나를 바라보았다. 곽임택은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빨리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곡소리가 완전히 잦아진 것을 깨닫고 말했다.
"그러니까 동생이 조신하지 못함을 단죄하기 위해 강에 밀쳐 넣었던 것이냐?"
"아니오, 아니오."
그는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망자의 얼굴을 외면한 채 비스듬한 자세로 불편이 가중된 괴로움을 견디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여인의 얼굴에는 조신하지 못하고 포악하여 시댁과 친정으로부터 공히 비정한 평가와 욕설을 들었던 흔적이 한 곳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비난 일색의 죽어 마땅한 얼굴이라고 할 만한 곳도 없었다. 젊음이 절정에 이른 하얀 얼굴은 온화한 죄인이라는 모순된 주장을 견디고 있었는데 한순간 그 곁에 고개를 숙이고 포박당하여 꿇어앉아 있는 견성민이 오히려 죽은 자보다 더 죽은 것 같았다.
"자식이 없는가?"
곽임택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무던히 노력하였으나 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박맞아 시댁에서 나올 때 무엇을 들고 나왔는지 아는가?"
"모릅니다. 입던 옷에 그냥 보따리 하나 챙겨나갔다는 정도만 들었습니다."
곽임택이 남의 말 하듯 대답했다.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집에서 쫓겨나는 부인을 무일푼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그녀가 갈 곳이 친정밖에 없었을 것임을 알면서도 걸인 내쫓듯 하였단 말이다. 곽임택은 내가 한동안 다음 말을 하지 않자, 걸리는 것이 있었는지 대뜸 대답했다.
"이번 말고도 친정으로 쫓겨난 일이 빈번히 있었으므로 본인이 알아서 잘 챙겨갔을 것입니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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