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그림
배호 그림

견조이의 행실은 확실히 비난받을 만하다. 주변인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이것을 증언하고 있었다. 음탕했다거나 간통하였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했다. 다만 소문의 증거를 말하는 이는 없었다. 남에게 금전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원한을 살 범죄를 저지른 일도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여 비난을 달고 살았던 사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죄.

"이제 들으신 바와 같이 제 동생은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 자살하였던 것입니다."

시신의 얼굴이 다시 가마니로 덮이는 것을 보며 견성민이 말했다. 그의 아버지도 가세했다.

"어릴 때부터 심성이 곱지 못하여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아비 된 자격으로 부끄러운 말이오나 소박맞아 친정으로 돌아온 주제에 간음을 일삼는다는 소문까지 돌아 심하게 매질하였지만, 실효가 없었습니다. 저는 여식이 눈에 띌 때마다 어디 가서 콱 죽어버리라고 악담했습니다. 제 여식이 자살한 것은 제가 그리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죄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접니다,"

견성민의 아버지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졸지에 딸을 잃고 이제 그 딸을 죽인 아들이 큰 벌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죽은 딸은 죽은 것이고 아들은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런 이치만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범죄는 법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치가 아니다.

잠시 후 견조이가 처음 시집간 집에서 죽은 전남편의 동생이 도착했다. 죽은 여인의 신원을 알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관원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 역시 견조이의 행실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았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의 형님이 죽게 된 것은 부인을 잘못 만난 때문이었다고까지 말했다. 곽임택과 첫 번째 남편의 동생조차 자신의 딸을 비난하는 말을 듣고 있던 견조이의 아버지는 엄청난 갈등―부모 된 도리로서 딸이 아무리 못났기로서니 어찌 이처럼 비난하는가에 대해 항변하고 싶은 욕망이 턱밑까지 차올랐으나 죽어 마땅한 딸로 만들어야만 아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양손을 꽉 움켜쥐고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태화강 하류에서 수거한 것을 모두 가지고 오도록 했다. 발견된 것은 목재로 만든 도구나 가구의 판재 몇 점이 전부였다. 다만 건져내 말린 종이쪽지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작고 찢어진 채 일부분만 남아 있어서 뭐라 썼는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보자기에 싸여 있는 물건들을 잠시 지키고 있으라 한 뒤 뱃사공이 배에서 발견하여 가져온 물건들도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견성민과 시신, 그리고 배에 남겨진 물건들이 나란히 놓였다.

"이것은 익숙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동생과 함께 탄 배에 남겨놓은 물건이니까."

견성민이 이것을 쳐다보았다. 견성민의 부모와 친지들, 망자의 두 시댁에서 온 사람들, 향리들과 구경 온 동헌 근처 마을 사람들까지 하나의 큰 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나는 방망이로 물건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말했다.

"이 물건들은 누구의 것이냐?"

"모두 제 동생의 것입니다."

"네 말대로라면 네 동생은 죽기 위해 배에 탔는데, 이 물건들은 말하자면 유품으로 남기기 위해 가져왔다는 것이냐?"

"그럴 것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동생이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저 파란 보자기를 잘 살펴주시오."

"파란 보자기? 이것 말이냐?"

나는 방망이로 풀린 한쪽을 들어 올렸다.

"속에 돈 30문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자세히 보라는 말이냐?"

"아니오라. 그 속에, 아니면 아래에, 아니면 저기 보이는 모시 베 어딘가에…"

"거기에 이것 말고 뭐가 더 있었더냐?"

"모르겠사옵니다. 분명 내 동생이, 죽고자 하여, 죽어야 하니까…."

또다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네 말인즉, 여기 놓여 있는 물건 외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게 네 동생이 죽은 이유와 관계있다는 뜻이렸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견성민이 시선을 외면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 적이 없으니 차치하고라도, 여기 놓인 물건들이 네 말대로 자살하기 위해 배에 오른 여인이 가져온 물건이라면 그 뜻이 있을 터이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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