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그림
배호 그림

남자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제 발로 따라왔으며 경황 중에 진부가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루터 주위에 있었는데 남자가 걸음을 떼자, 약속이나 한 듯 무리 지어 함께 관아로 따라온 것을 볼 때 이미 이전부터 남자와 동행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하였다. 걸어오는 도중에 진부가 남자가 하는 이런저런 혼잣말을 들으니 그 죽은 여인을 동생이라 부르며 홀로 물에 뛰어든 까닭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는데 실상 그 외의 말은 신음인지 한숨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뿐이었다고 했다. 나는 뱃사공에게 고개를 끄덕여 기민하게 행동하여 범인이 도중에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고이 왔음을 치하했다. 검은 삿갓을 쓰지 않았지만, 어제 보았던 차림새와 같다고 진언했다. 함께 온 일군의 사람들은 가학루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 포졸에 의해 제지당해 문간에 모여 반쯤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털썩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후 깊게 숨을 내쉬었다.

"사또, 자살하여 죽은 동생을 보러 왔습니다."

"어느 안전인 줄 알고 이리 무례한가, 사또 마님께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부터 고하라!"

형방이 다그쳤다.

"입암 건넛마을에 살고 있는 견성민이라 하옵니다."

"방금 동생이 자살하였다고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어제 배를 타고 태화강을 건너던 중에, 제 동생이…, 용서를 구한다고 말하곤 죽음을 택하였습니다."

"그러면, 죽을 것도 알고, 죽은 사실도 알았는데 왜 시신을 거두지 않고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이제야 나타났는가?"

"그것은…, 죽기로 마음먹고 물에 뛰어든다고 하였기에…, 사또 나리, 친여동생이 눈앞에서 죽고자 하고 물에 뛰어들었으니, 제가 어찌 이를 만류할 수 있겠으며…, 그 죽고자 하는 뜻이 강한데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죽고자 하는 의지를 존중하여 그대로 두고 달아났다는 말이냐?"

"달아난 것이 아니라…, 친여동생이 죽고자 물에 빠졌으니 그 자리를…."

"그러니까! 자살하려는 동생의 뜻을 존중하여 물에 뛰어들자마자 자리를 피해주었다, 말하자면 잘 죽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했다, 그런 뜻이 아니냐?"

견성민의 고개가 약간 수그러졌다. 준비한 말을 뒤적거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식으로 묻겠다. 너는 어제 아침, 태화나루에서 사공도 없이 한 여인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간 사실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제 여동생이…, 제 여동생이 배를 타야 한다고 하여…."

"태화나루 진부에게 묻겠다. 여기 이 자가 어제 아침 목격한 그 남자가 분명한가?"

"분명합니다. 검은 삿갓만 쓰지 않았을 뿐 어제 모습 그대로입니다."

나는 즉시 포박을 명했다. 형방이 함께 온 포졸들에게 지시하자 포박이 이루어졌다. 견성민은 갑자기 당한 일임에도 크게 동요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함께 관아로 와 가학루 대문간에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 되오'라고 크게 외치며 포졸을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멀리서 보아도 사건에 관심 있어 급히 나온 주변 마을 사람들과는 달라 보였다. 차림새가 저마다 단정하고 유려했다. 마치 지금 포박당한 자를 우리가 모시고 왔으니 잘 대우해달라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차림새가 좋았다. 여자들은 견성민이 포박당하는 동안 깍지낀 양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너는 자진 출두하여 누이동생이 자살했다고 했으나 어제의 사건은 망자가 스스로 강물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 함께 배에 타고 있던 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떠밀려 빠뜨려진 사실이 분명히 목격되었으니 이는 명백히 살인 행위이다."

"사또, 나는 누이동생을 죽이지 않았소이다. 부당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 여동생은 스스로 죽었습니다."

"그것은 이제부터 조사하여 알아볼 일이다. 허나 네가 한 일을 처음부터 목격한 사람이 있으므로 이것이 네가 네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증거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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