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그림
배호 그림

여인의 얼굴과 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 배가 볼록한 것이 전형적인 익사체였다. 검시 말미에 오작인이 부릅뜬 눈을 가리고 턱을 밀어 올려 입을 다물어주었을 때 그 얼굴은 죽음이 무색할 정도로 온화하고 평안해 보였다. 저 여인을 나로 대입하면 한창 관직을 얻고자 공부에 매달리던, 세상 모르던 젊은 날에 이승을 떠나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떤 무도한 일을 감당해야 했기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측은지심이 들었다. 오후 늦게 초검 결과를 적시했다.

<온몸을 살폈는데 상처는 없고 손톱에는 모래와 진흙이 끼어 있으니 익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살은 순백색이고 배는 약간 부풀어 올라 있으니 이것은 모두 법문法文의 익사 조문과 일치한다. 또한 나루터 뱃사공이 분명히 목격한 것은 간증에 해당하므로 사망의 실제 원인은 '물에 빠져 죽음에 이른 것'으로 기록한다.>

문제는 여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데 있다. 사공은 일관되게 여인이 스스로 물에 몸을 던진 것이 아니라 같이 배를 탔던 남자가 밀어 빠지게 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남자와의 관계를 알 수 없으나 그가 누구이건 여인이 물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거나 혹은 노를 뻗어 잡게 하였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을 것은 자명하다. 이 사건이 자살이 아님은 남자가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할 생각이 없이 그 즉시 현장을 벗어나 홀로 건너편에 배를 버려두고 사라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행여 여인이 자살을 시도했다 하여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떤 대처도 없이 달아난 것은 죽음을 방조한 것이니 그 또한 가벼운 죄가 아니다. 인륜을 어겼기 때문이다. 시신은 재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보초를 세우고 시신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소문하라 지시했다.

4월 2일

아침에 향리들에게 익사한 여인이 누구인지 수소문한 결과를 물었다. 다행히 시신의 인상착의를 본 사람 중 한 명이 누구인지 기억해냈다고 했다.

"분명하지는 않으나 함월산 아랫마을 곽임택의 처인 듯하다 하였습니다."

"가족들에게 확인하라고 전했는가?"

"지난밤에 사람을 보내어 그리하라 하였습니다."

"다녀갔는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허허, 사람이 죽었는데 여태 오지 않았다니.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말이야."

"황송하오나, 그것이…, 죽은 여인은 얼마 전 소박을 맞고 친정으로 보내졌다 합니다."

"그래서? 내쫓았으니, 관계가 없고 그래서 시신 확인을 거부한다는 뜻인가? 어리석은 사람들일세. 이것은 살인사건이야. 범인을 밝혀내야 하는 수사 상황이란 말일세. 당장 사람을 보내 즉시 시신을 확인하라 명령하시게. 그렇지 않으면 관아의 명을 불복한 죄를 물을 것이야!"

오시가 지나가는 중에도 시신을 확인해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있다. 나는 이것이 지방색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방에게 어제 지시한 대로 강 하구로 떠내려온 것은 없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이방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생활 도구처럼 보이는 것은 뭐든지 건져내고 있다고 답했다. 답답하게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시체는 발견하였으나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 확인하러 찾아오는 이도 없으니 더욱 난감하다. 만일 곽임택이라는 사람이 막상 나타나 "소생의 처가 아니오."라고 말하면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배에 타고 있다 달아난 자를 찾아야 한다. 나는 조바심으로 병영에 연락하여 행여 삼산 일대에서 수상한 자를 발견하지는 않았는지 알아보라고 또 형방을 다그쳤다.

그런데 의외로 사건이 쉽게 풀렸다. 형방이 병영에 다녀올 전령을 부르려던 그때, 시신의 오라비라는 자가 제 발로 찾아왔던 것이다. 뜻밖에 어제의 그 진부가 그를 인도하여 왔는데 얘기인즉 남자가 일군의 사람들과 함께 나루터에 나타나 물에 빠진 자기의 동생을 찾았느냐고 묻고는 멍하니 강물만 바라보고 있기에 당신은 사건의 관련자이니 관아로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이끌고 왔다 했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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